데스티니 차일드 코피노 - deseutini chaildeu kop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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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차일드 일러스트 공모전 수상작

일단 문제의 일러스트와 그 배경을 있는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해당 캐릭터는 빈민가에서 태어난 코피노다. 이 코피노는 "인신매매집단"에게 "장기적출"을 당한 뒤 "토막살해"를 당한다. 이것이 작가가 캐릭터에게 부여한 살아 생전의 스토리다. 이 캐릭터의 이름은 "피노 델 미트파이"이다. 음부에는 촉수물을 연상케하는 관이 끼워져있고 몸에는 꿔맨 자국들이 가득하다. 미성년자로 보이는 이 캐릭터는 시스루 복장을 하고 가슴을 노출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의상은 찢겨진 란제리의 형태다.

박훈정의 <브이아이피> 논란과 그 결이 매우 비슷한 논란이다. 남자 창작자가, 여성 캐릭터에게, 끔찍한 현실적 배경을 준다. 그것은 어떻게 기능하는가? 폭력이 전시될 때, 서사의 재료로 이용될 때 언제나 가학과 피학의 감성이 뒤따라간다. 어쩌면 서사가 떠드는 권선징악과 복수의 명분이야말로 시원하게 사람을 패고 죽이고싶은 폭력의 변명거리에 불과하다. <매드맥스>에서는 왜 여자가 강간당하는가? 그것이 남자 주인공이 분노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지워지고 소모된다. 

서사의 본질은 인간을 감동시키기 위한 "여가"에 가깝다. 왜 이야기를 하는가? 유머든 드라마든 멜로든 공포든 청자, 독자의 마음을 이야기로 뒤흔들겠다는 창작자의 욕망 때문이다. 창작자와 소비자는 "감동"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거래를 맺는다. 그 감동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을지, 얼마나 순수한지는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비겁한 창작자들은 항상 자신의 의도를 고결한 현실타파나 분노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의도"를 강조한다. 

이야기는 아무 것도 아니다. 왜 세월호는 영화로 만들어지면 안되는가? 왜 강남역 살인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은 그토록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는가? 현실은 현실 그 자체로 남겨지는 것이 최소한의 존중이며 예의다. 서사는 어떤 식으로든 현실을 변형하고, 이용하는 일이다. 그리고 서사를 통해 폭력은 "재현"된다. 폭력은 서사를 통해 다시 일어난다. 피해자와 피해자에 공감하는 이들은 그 폭력을 다시 감내해야 한다. 위대한 작품들, 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작품들은 그 폭력을 감내하면서 얻어낼 수 있는 감동, 현실에 대한 환기,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코피노의 현실은 이따위 야겜의 설정 따위로 소모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코피노의 현실에 분노한다면, 절대로 그 설정을 유희가 전부인 게임의 설정에 함부로 집어넣을 수가 없다. 세상 어느 누가 이런 게임을 하면서, 이런 캐릭터를 정해놓고 "아 가슴아픈 코피노의 현실"을 생각한단 말인가. 데스티니 차일드는 배경설정만으로 그런 감흥을 불러일으킬만큼 섬세한 스토리를 가진 게임이 아니다. 애초에 이 게임의 세일즈 방향이 "여자의 신체를 왜곡하고 과장하여 남자 이용자들의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데 주목하는 착취의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여자는 딱히 인간이 아니다. 남성의 발기를 유도하는 살덩어리 마네킹들이다. 그런데 이런 게임에 코피노 설정을 넣는다고?

인신매매를 당하고, 장기척출을 당하고, 토막살인을 당한 미성년자 여아의 이야기와, 그것을 그대로 재현해놓고 음부에 관을 꽂아놓은 디자인을, "코피노 아이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전시"하고 있단 말인가? 

싸구려 연민만큼 인간을 모욕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해당 그림은 그 자체로도 저열한 의도와 정당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변호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더 놀랍게도, 이런 사람들의 행적은 여성혐오로 점철되어있다.

코피노 아이의 현실을 분개하는 이 남자 오타쿠의 과거다. 

그는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여자들은 지들이 정신못차리고 그런 남자들한테 휘둘리는 것들이다" 라고 말한다.

이 남자오타쿠는 수상이 결정되자 곧바로 차기작을 발표한다.

"성폭행당하고 암매장당한 튀기 여자아이"를 그리겠다고 한다.

타인의 불행을 포르노로 소비하는 이 남자 오타쿠의 가학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보는 일관된다.

이 남자 오타쿠가 여자캐릭터를 그리는 방법은 최대한 고통스러운 현실을 서사로 부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박훈정의 서사와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입상이 취소되자 여자 캐릭터를 학대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정도로 여성혐오를 일관되고 뚜렷하게 드러내는 남자 오타쿠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오타쿠들이 착각한다. 이야기는 비현실이며 현실과 명쾌하게 구분되니, 그 안에서 무슨 짓을 해도 되는 게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이야기는 "현실"을 모델로 만들어놓은 또 다른 현실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왜 믿고 빠져들며 즐기는가? 그것이 또 다른 현실이라 그렇다. 현실이라고 믿지 않으면 어떻게 그것을 즐길 수 있을까? 그것은 한도 끝도 없이 유치한 공상일 뿐인데? 여자가 강간당하는 이야기? 여자가 강간당하는 "현실"에서 이야기를 빌려온 것이다. 여자가 토막살인당하는 이야기? 여자가 토막살인당하는 "현실"에서 이야기를 빌려온 것이다. 이야기는 현실과 유리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은 이야기를 보면서 현실을 느낀다.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인간과 세계를 향한 태도다. 

인간을 진지하게 여기는 이들은 폭력을 이야기 속의 인간에게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다. 생각해보자. 왕따를 당했던 작가가 왕따를 당하는 캐릭터의 설정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속에 넣을 수 있을지. 아버지에게 억울하게 맞고 자란 사람이 자식을 폭행하지만 그래도 의롭고 멋있는 아버지 캐릭터를 만드는 게 가능할지. 이야기는 현실이고, 창작자가 경험한 세계의 압축이다. 그 어떤 상상도 현실을 뛰어넘지 못한다. 이것은 현실이 다이나믹하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상상이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스타 트랙>의 외계인들은 이족보행을 하고 음성언어와 표기문자로 소통하는가? 현실에 없는 존재들도 현실의 "인간"을 기반으로 변형했기 때문이다. 

이 남자 오타쿠는 자신의 세계관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의 세계에서 여자의 신체를 잘 빠진 그림으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강간, 살해, 시체훼손, 이런 폭력들이 당연한 세계를 살고 있다. 이것은 보통 남자들의 세계와 별로 다르지도 않다. 그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여자를 모욕한다. 

창작자의 의도 따위는 현실 속의 존재들한테는 아무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폭력의 재현은 아주 쉽게 또 다른 폭력과 차별로 이어진다.

웃기지 않은가. 남초사이트의 이 고매하신 영화평론가님의 의견을 따르면, 데스티니 차일드의 이 일러스트를 비판할 건덕지는 하나도 없어진다. 코피노 아이들이 태어나고 버림받으며 학대당하는 것은 현실이다. 성범죄의 대상이 대부분 여성이니 인신매매, 토막살인, 강간, 장기적출의 현실도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아저씨>는 어땠나!!) 저 캐릭터는 다시 태어난 복수를 한다는 설정이니 능동적인 캐릭터 아닌가? 데스티니 차일드란 게임에서 능동적인 여자 캐릭터들이 없나?

이 평론가 코스프레하는 사람 한명의 문제가 아니다. 익스트림 무비부터 디피, 그리고 수많은 남초사이트들에서 왜 <브이아이피>를 비판하는지 아예 이해하지 못했다. 현실과 서사의 경계를 전혀 이해를 못하며 표현의 자유만 떠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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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오타쿠들은 영역을 가리지 않고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

국내 게임업체가 열었던 캐릭터 공모전에서의 한 수상작이 성적 비하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업체인 넥스트 플로어와 시프트업에서 지난 7월말부터 이달 초까지 개최한 ‘데스티니 차일드’ 게임 캐릭터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을 두고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 특별상 수상작이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 ‘코피노’의 성적 대상화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다.

실제 논란이 된 수상작의 캐릭터명은 ‘피노 델 미트파이’로, 지원자는 캐릭터를 ‘코피노 출신’이라며 ‘필리핀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 수입으로 연명하는 피노’라고 소개했다. ***는 성매매로 추정된다.

이어진 설명 글에선 “자신과 엄마를 버린 아빠를 찾아 죽이기 위해 전재산을 털어 선교사를 가장한 브로커를 통해 밀입국을 계획하지만 브로커는 인신매매범죄집단의 일원이었고 밀항선 내에서 장기를 적출당한 뒤 토막난 시신으로 한국 영해에 버려진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원자는 ‘피노의 한 많은 살조각은 해류에 떠밀려 인천의 어느 부두 근처에 당도하고’ ‘악마와 계약한다.’고 덧붙였다.

수상작에는 ‘데스티니 차일드’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시프트업’ 대표인 김형태 심사위원은 이에 대해 “디자인과 페인팅이 고유의 독창성을 뽐내고 있다”며 “괴기하기만 할 수도 있지만 캐릭터의 마스크가 호감형이라 매력을 잘 전달하고 있지만 설정이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회관계형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선 부정적인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트위터의 한 누리꾼은 “한국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코피노들을 캐릭터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가해자 입장인 한국에서 피해자를 포르노적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작품의 댓글 창도 지원자의 의도를 비난하는 글로 가득 찼다. 댓글창의 한 누리꾼은 “***(성매매) 수입으로 연명하다 토막 살해당한 코피노’에게 ‘레이스 조각을 입혀서 악마와 계약’시킨 것에서 자극적인 소재를 ‘모에화(어떤 대상이든 귀엽거나 섹시하게 캐릭터화 하는 것)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가해국 국민으로서 양심 좀 챙겨보”라고 썼다.

한편 지난해 10월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으로 첫 출시된 ‘데스티니 차일드’는 올해 5월 선정성 수위를 낮춘 ‘12세 이용가 등급’의 ‘데스티니 차일드 T’를 출시한 바 있다. 이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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