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뇌 손상 - bogsing noe sonsang

복싱과 종합격투기, 과연 권할만한 운동인가? 뇌손상(CTE) 관점에서

얼마 전 저는 어느 분의 SNS 계정에서 복싱 스파링을 하고 나서 머리가 너무 개운하고 기분이 좋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운동이 주는 즐거움과 활력은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분의 글을 읽으며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만약 정말 저랑 친한 분이었다면, 당장 전화를 걸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이미 몇 차례 이야기하고도 남았겠지요. 그저 SNS 계정을 통해서만 소식을 접하는 분이라 그럴 수 없었지만요.

저는 블로그를 통해서 왜 운동해야 하는지를 뇌의 관점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운동의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운동은 뇌를 좋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까요? 오늘은 뇌손상 관점에서 운동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운동의 성격 상 뇌에 외부 충격이 가해지는 운동이 있습니다. 헤딩을 해야 하는 축구가 그렇고, 머리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는 미식축구가 그렇습니다. 또 스파링을 하는 복싱, 주짓수, 종합격투기, 레슬링 같은 운동도 있습니다. 이런 운동을 하는 것도 뇌 건강에 도움이 될까요?

복싱 뇌 손상 - bogsing noe sonsang

작년에 출간된 논문을 보겠습니다. 뇌는 세포 덩어리입니다. 그래서 뇌 세포가 파괴되면 뇌는 작아집니다. 실제로 뇌 부피나 뇌 무게를 재 보면, 나이든 뇌, 병든 뇌는 더 작고 가볍습니다.

따라서 뇌 부피를 측정하는 방법은, 뇌 세포가 파괴되었는지를 보는 한 방법이 됩니다.

이 연구는 현역 복싱선수, 은퇴한 복싱선수, 현역 종합격투기선수, 그리고 일반인, 이렇게 네 집단의 사람들 총 204명을 데리고, 뇌 MRI와 치매 표지자를 보는 피검사를 시행했습니다. 한번만 한 것이 아니라, 몇년에 걸쳐 여러번 뇌 MRI와 피검사를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집단별로 시간이 지나면서 뇌 부피는 어떻게 변하는지, 또 피검사 수치는 어떻게 변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위 표와 같습니다. 은퇴한 복싱선수가 23명, 현역 복싱선수가 50명, 현역 종합격투기선수가 100명, 일반인이 31명이었습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각각 45세, 29세, 29세, 31세였고요. 은퇴한 복싱선수만 연령대가 높았고, 나머지 사람들은 30세 전후였습니다. 평균 학력은 고졸 정도 되었습니다.

은퇴한 복싱선수는 평균 38개의 프로 경기에 나갔고, 현역 복싱선수와 현역 종합격투기선수는 각각 12, 14개의 프로 경기에 출전한 바 있습니다. 은퇴한 복싱선수는 평균 10년의 경력, 현역 복싱선수와 현역 종합격투기선수는 평균 약 5년의 경력이었습니다.

이들의 뇌 MRI를 찍어 시간이 지나면서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먼저 보았습니다.

바로 아래의 그래프는 뇌 중에서 '시상'이라고 하는 부위의 부피입니다. 일반인은 시간이 가도 뇌부피가 변하지 않았지만, 현역 복싱선수(빨간 선)와 현역 종합격투기선수(녹색 선)는 시간이 지나면서 시상이라는 뇌 부위가 점점 쪼그라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은퇴한 복싱선수는 다른 집단에 비해 나이가 15세 정도 더 많기도 하였지만, 시상의 부피가 현저히 작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경기에 출전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시상의 부피가 시간에 따라 줄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그래프는 '뇌량'이라고 하는 부위의 부피입니다. 뇌량은 우반구와 좌반구 사이를 연결해 주는 다리(교량)로, 뇌가 원활하게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뇌량이 튼튼해야 합니다. 역시 일반인은 뇌량의 부피에 변화가 없었지만, 현역 복싱선수와 현역 종합격투기선수는 모두 뇌량의 부피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은퇴한 복싱선수에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량의 부피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프에 표기한 곳 이외에도 다른 뇌 부위에 대해서도 분석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은퇴한 복싱선수의 경우, 해마(기억 중추), 편도체(기억, 학습, 감정에 중요한 역할) 부위가 가장 많이 쪼그라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연구 결과를 그림으로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뇌 MRI 를 여러 번 반복해서 촬영해 보니,

현역 복싱선수와 현역 종합격투기선수시상과 뇌량에서,

은퇴한 복싱선수편도체와 해마에서 뇌 부피가 줄어든 것, 즉 뇌가 쪼그라 든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젊은 현역 선수에서 시상과 뇌량이 작아지는 것은, '뇌 신경세포의 손상이 누적'된 결과로 생각됩니다. 은퇴한 선수에서 해마와 편도체가 작아지는 것은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보이는 신경퇴행성 변화 같은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 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의 소견으로 생각됩니다.

복싱 뇌 손상 - bogsing noe sonsang

운동이라고 해서 다 몸, 그리고 뇌에 좋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운동이라도 몸을, 그리고 뇌를 희생해가며 운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에 대해서는 예전에 글로 정리해 둔 것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함께 읽어 보세요.

♣ 더 읽고 싶은 분은,

Bernick et al. (2020). Longitudinal change in regional brain volumes with exposure to repetitive head impacts. Neurology, 94(3), e232-e240.

몸도, 뇌도, 마음도

건강하게 해 주는

운동을 찾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