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드라마 순위 - 2000nyeondae deulama sun-wi

소비지향적 감성 아시아인들 매료
◇허준
우리 드라마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소재와 주제 측면에서 어떻게 형질변화했기에 아시아의 이목을 사로잡았을까. 사실 TV드라마 각각에 대한 비평은 많았지만 그 위상과 역할을 통시적으로 접근한 예는 극히 드물다. 2000년부터 2008년 8월 말 현재까지 우리 드라마의 흐름과 특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논문이 최근 발표됐다.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의 정영희 연구원은 최근 열린 한국언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2000∼2008년 한국 TV드라마 경향 분석’을 통해 “리얼리티 강박감에서 완전히 벗어나 밝고 경쾌하며 소비지향적인 감성을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게 2000년대 TV드라마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주몽

◆최고 인기는 사극이 독차지

우리 드라마가 리얼리티의 강박에서 완전히 벗어난 대표적 사례는 사극을 들 수 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시청률 자료에 따르면 사극은 지난 8년간 단 한 차례도 안방극장의 최고 인기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000년 ‘허준’(53.8%)을 시작으로 2001∼2002년 ‘태조 왕건’(42.6%, 39.7%), 2003∼2004년 ‘대장금’(41.1%, 53.0%), 2005년 ‘해신’(30.9%), 2006∼2007년 ‘주몽’(38.4%, 45.5%) 등 연도별 최고 인기 드라마는 늘 사극이었다. 정 연구원은 KBS 1·2TV는 지난 9년간 136편의 드라마 중 16편(11.8%)이 사극이었고 MBC는 148편 중 7.4%인 11편이 사극이었는데, KBS는 주로 ‘왕조사’를, MBC는 역사적 인물 개인에 작가의 상상력을 극대화한 ‘전기/기록’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사극이 적은 편수에도 높은 인기를 누리는 비결에 대해 “역사의 빈 공간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우는 사극은 과거의 재현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나 시청자의) 현재적 해석이 개입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몽’은 고구려 건국사를 다루면서 신화적 관점의 판타지와 게임적 서사를 활용해 사극에서 표현의 양식을 다양화했고 ‘태왕사신기’ 또한 신화와 판타지적 요소가 첨가된 이야기 서술 방식을 택해 인기를 누렸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다모’와 ‘대장금’ 등은 대부분 주변인물에 머물고 중심적으로 다뤄진다 하더라도 음모와 책략을 일삼는 부정적 주체로 그려졌던 여성 캐릭터를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묘사해 ‘다모폐인’ 등의 팬덤현상까지 일으켰다.

◇파리의 연인

◆연애극, 경쾌하거나 혹은 감각적이거나

대개 주간극으로 방송되는 ‘애정·연애’(KBS는 전체의 49.3%, MBC는 68.2%) 드라마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정 연구원은 2000년 ‘가을동화’와 ‘겨울연가’처럼 감성적이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렸던 애정연애물은 2003∼2004년을 기점으로 밝고 경쾌하고 화려하고 감각적인 사랑이야기가 주류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스승과 제자의 사랑(‘로망스’), 형부와 처제의 사랑(‘눈사람’), 동거(‘옥탑방 고양이’), 청소년의 성(‘쾌걸춘향’), 동성애 코드(‘커피프린스 1호점’) 등 그간 터부시된 사랑은 물론이고 ‘발리에서 생긴 일’ ‘네 멋대로 해라’ 등 파격적인 사랑 혹은 죽음을 다룬 드라마도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는 ‘위기의 남자’ ‘내 남자의 여자’처럼 40대 기혼자들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다뤄졌으며 ‘파리의 연인’과 ‘내 이름은 김삼순’처럼 식상하지만 세련되게 변형된 ‘신데렐라’극도 호평을 받았다.

◇열아홉 순정

일일극에서 가장 선호하는 소재·주제인 가족드라마는 2000년대 들어서 ‘아버지의 쇠락과 여성(어머니, 며느리)의 강화’를 주요 화두로 내세웠다. 아버지 자체가 소재인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와 현대 가정에서의 아버지 위상을 돌아보게 하는 ‘부모님 전상서’, 그리고 가정 내 여성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던진 ‘며느리 전성시대’ ‘굳세어라 금순아’ ‘엄마가 뿔났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딸의 복수와 근친상간적 요소를 담은 ‘인어 아가씨’와 ‘하늘이시여’는 “욕하면서 본다”는 시청양태를 드러냈으며 ‘명백한 선악의 구분, 재벌2세, 운명적 사랑, 출생의 비밀, 불치병’ 등은 드라마 소재로 변함없는 인기를 누렸다고 정 연구원은 말했다.

송민섭 기자

■2000∼2008년 지상파 TV드라마 시청률 순위
순위 프로그램명 시청률(%) 방송사 방송연도 유형 장르
1 허준 53.9 MBC 2000 월화극 퓨전사극
2 대장금 53.0 2004
3 주몽 45.5 2007
4 태조왕건 42.6 KBS1 2001 주말극 대하사극
5 파리의 연인 41.1 SBS 2004 애정·연애
5 대장금 MBC 2003 월화극 퓨전사극
7 열아홉 순정 40.8 KBS1 2007 일일극 가족·가정
8 야인시대 39.7 SBS 2002 월화극 시대극
8 태조왕건 KBS1 주말극 대하사극
8 미우나 고우나 2008 일일극 가족·가정
자료:AGB닐슨미디어리서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list

최신 우편물

태그